제 여행 시계는 멈춰버렸습니다.
스마트폰을 날치기 당하고 숙소로 돌어왔습니다. 로비에서 데스크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분실했다. 연락처를 이곳으로 했으니 연락오면 알려달라 말합니다. 듣고 있던 가드가 말합니다. 그런 일이 자주 있다, 항상 조심해야한다.
그는 제 옆에 서서 오른 손으로 구걸하는 시늉을 해 보이면서 왼 손으로 주머니의 물건을 빼앗아가는 시늉을 해 보입니다. 주변에 사람이 가까이 오면 항상 조심하라고 합니다.
숙소에 들어와 이런 저런 걱정을 합니다.
그 속에 담긴 개인 정보는?
은행거래도 편하다고 간편뱅킹하고, 사진엔 여권 찍은 것들도 있고, 각종 메모나 비밀번호 저장해 놓은 것 등 제 내밀한 정보들이 가득합니다.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포기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찾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그러나 택시기사 한달 수입이 30만원도 안되는 나라에서 100만원이 넘어가는 스마트폰을 날치기한 녀석이 폰을 돌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허망한 것일터.....
그저 이런 저런 걱정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커튼 틈으로 햇살이 비치는 것을 보며 잠이 깨었습니다. 몇시나 되었을까? 습관적으로 머리맡의 폰을 찾았으나 없습니다. '아차, 어제 날치기 당했지.'
시간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귀찮지만 일어나서 로비로 내려옵니다. 8시가 채 안된 시간입니다. 일행의 방에 콜을 부탁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일행이 올 때 까지 기다립니다.
애초에 이 여행의 목적이 바기오에 가서 성인이 단기에 수료할 수 있는 어학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수빅 또는 바기오 중에서 괜찮은 곳을 정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갑자기 날치기 사건으로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우선 스마트폰이 없으면 소통의 문제나 인터넷 검색문제가 생깁니다. 최근에는 거의 스마트폰 검색으로 모든 것을 해 온 터라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니 마치 처음 길거리에 나온 어린아이처럼 모든게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일행에게 10시가 되면 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폰이 없으니 룸안에 들어가면 시간의 흐름조차도 모릅니다. 그리고 룸에 돌아온 후에 모든게 엉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우선 시간의 흐름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시계도 없고, 텔레비젼도 스마트 TV라고 쓰여있는데 켜봐도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폰을 가지고 있을 때는 주변 관광지 검색 등을 할 수 있었는데 할 일이 없습니다.
그저 일행이 시간이 되어 콜해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미리 노트에 적기나 해두었으면 좋았을텐데 폰만 믿고 아무것도 해 두지 않은게 후회됩니다.
읽을거리 책 하나만 있어도 시간이 무료하지 않을텐데 전자책형태로 폰 안에 담은게 다였으니 새삼 제가 폰에 얼마나 의지했는지 알 거 같습니다.
아날로그와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에 유독 잘 준비된게 있다면 볼펜과 작은 노트입니다.
입국가드를 쓸 땨 볼펜을 가져가지 않아 불편했던 경험 때문에 볼펜과노트를 짐사이에 끼워둔 것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노트를 꺼내 어제 일을 기록해봅니다.
학교 다닐 때, 아니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늘 주머니에 꽂고 다니던 볼펜으로 종이에 글을 써보는 것이 잠 아득한 옛날 일인듯 여겨집니다.
스미트폰에 음성으로 녹음을 하거나, 메모장에 메모를 한 것이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님에도 볼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합니다.
여권이며 서류를 봅니다.할일이 없으니 짐을 뒤져 여행관련 서류를 꺼내봅니다.
마침 여행자 보험서류가 있습니다. 물품분실이나 파손에대한 보상항목이 있습니다. 최고 50만원보상이네요.
폰을 분실하지 않았으면 가지고 있어도 쓰지 않았을 노트였고, 읽지도 않았을 보험서류입니다.
다시 예전의 여행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어 일행과 밖으로 나오고, 일행의 폰을 빌려 분실문 보험청구 준비서류를 검색합니다.
아날로그와는 금새 작별입니다.
police report가 필요하다는 군요. 경찰서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를 알아냅니다. 변호사가 손실물품에 대한 공증을 해 주어야만 폴리스리포트를 작성해 준다고 합니다.
이제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갑니다. 지금쯤은 바기오나 수빅행 버스에 올라있어야 하는데 제 여행은 일단 여기서 멈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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