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뭐든지 고치는 만능 수리점이 있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ㅇㅇ전파사, ㅇㅇ전자라는 이름은 아마도 추억일 수도 있을겁니다. 어느 곳이나 하나 정도는 있었고, 도시에서는 전파사 또는 전자란 이름을 끝에 붙인 곳들이 모여있는 골목들이 있었을 테니까요. 뭐하는 곳이었을까요?
여기는 전자제품, 시계 등 정밀(?)기계들을 수리하는 만능 수리점이었습니다. 라디오, 전축, 시계 등 고장나면 고치러 가는 곳이었죠. 자그마한 부품들이 꽉 들어차 있는 가게 안에 들어가면 파아란 연기와 함께 코끝에 맡아지는 납땜 냄새, 요즘처럼 어떤 메이커만 전문도 아니고 어떤 제품만 취급하는 곳도 아니었더랬습니다.
그당시 그런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기술 수준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요즘처럼 전자제품이 넘쳐나지 않던 시대, TV는 마을에서 잘 사는 집에나 있어 드라마가 나올 시간이면 남의집 마당에 옹기종기모여서 멀리 보이는 조그만 화면에 빠져들어가는....'저기 조그만 상자 속에 난장이들이 살고 있는건가?'하는 조금은 허황된 상상을 하던 시대, 라디오나 전축(턴테이블이라고 하죠)도 거의 몇집 걸러 하나 정도 밖에 없었더랬죠.
조금 지나 야외 전축이라고 부르는 휴대용 턴테이블이,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가 달린 카세트라디오가 나오고 '마이마이'라고 기억되는 소형 카세트라디오가 나올 때에도 이런 가게들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여기 원주에도 남부시장 부근 농협지점이 있는 부근에 그런 가게들이 모여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고장난 제품을 고쳐주던 ㅇㅇ전자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하나 둘 사라져 버리고, 나이드신 기술자 분들이 지키는 곳 한 두 곳만 남았던 게 80년대 중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A/S센터라는 게 생기고, 수리할 물건들이 없어 기억 저편으로 지우고 살던 수리점을 어느 날 떠올리고 보니 이제는 더이상 찾지 못하겠더군요.
A/S센터
요즘은 제품을 만든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A/S센터를 운영하거나 협력업체를 운영합니다. A사의 물건은 A사의 A/S센터나 협력업체가 아니면 고칠 곳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자기네가 만든 물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면에서 보면 참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고객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도록 자기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려고 하는 것도 같습니다.
A/S센터에 의뢰를 하거나 직접 고장난 제품을 가지고 A/S센터에 방문을 하여 고치거나 여하튼 편안한 세상이긴 합니다. 무상 보증기간이 있고, 보증기간 내에는 무상으로 고쳐주거나 교환까지 해주는 아주 좋은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편함이 있으면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면 해결을 위하여 애써주는 게 A/S제도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민원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상급기관에 민원이라도 올라가면 득달같이 연락이 옵니다. 대면보다는 비대면일때 더 친절한 사람들, 직접 방문보다는 온라인으로 할 때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사람들. 온라인 시대의 아이러니랄까요.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그 글을 볼 수 있으며 때로는 같은 증상의 고장이 있는 사람들의 응원까지 더해지면 문제해결이 훨씬 쉬워지기도 합니다.
예전의 수리가게에서 느끼던 인간적인 교류들은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된거죠.
만능수리점(물론 만능이라는게 모든 걸 다 고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건 다 아시겠지요) 시대가 아닌 기업들 각각의 A/S센터가 수리까지 가지고 있는 요즈음. 과연 여러분의 수리는 무사하십니까?
앞으로 A/S를 직접 받아본 경험이나 주변의 사례를 보며 A/S 제도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글로 써 보고자 합니다.
2022.12.07 - [사는 이야기] - 밥솥 A/S를 받는게 나은가 교체가 나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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