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이런 겨울 밤 난로에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면서 옛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2가을하늘 2022. 12. 2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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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살던 시골 마을의 집은 외풍이 아주 심했더랬습니다.

바닥 아랫목은 비닐장판이 탈 정도로 뜨겁고, 윗목은 맨발로 다니면 찬기가 느껴졌습니다.


바닥이 식지말라고 이불은 늘 깔려있었고 식구들은 다 이불 속에 하반신이 들어가 있었지요.

아랫목 이불 속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식구의 밥그릇이 들어있곤 했습니다. 요즘 보온밥솥같은 역할이죠.

밤에 마실 물을 머리 맡에 떠다 놓는데(자리끼라고 했음)아침에 일어나보면 꽁꽁 얼어있곤 했습니다.

외풍을 막기위해 방안에는 화로가 들어왔지요. 저녁 군불 때서 나온 숯과 재를 담아 방안에 놓는거죠.

화로는 난방에도 쓰였지만 찌개나 식은 국을 데우는 조리기구 역할도 했답니다

더러 불머리(일샨화가스 중독)를 앓기도 했지만 그 시절 화로는 시골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었답니다.(불머리의 치료약은 시원한 동치미 국물 한그릇에 머리를 얼릴듯한 겨울 찬공기가 전부였답니다.)

난로를 피우고 고구마를 굽다가 어린 시절 화로의 재 속에 감자나 고구마를 묻고 구덩이에 묻어 두었던 생 무우를 깎아 먹거나 동치미를 먹기도 했던 그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먹을 것도 귀했고, 물건을 사려해도 마을에 상점은 하나밖에 없고 멀리 있었지요. 주변의 것들이 유일한 간식거리였습니다. 옛 이야기에 아이가 달려있는 안쪽의 가지를 갉아먹어서 나중에 껍질만 있었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기억 때문일 겁니다.


조금 자라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속칭 뻥이라 부르는 화투놀이로 먹기내기하던 기억도 납니다 10여리는 걸어야 도착하는 동네 유일의 가게(점빵이라 부르고 요즈음 동남아시골 마을의 구멍가거랑 비슷한 형태였음)로 잠든 주인을 깨워.과자 사러 가던 일도, 친구들끼리 짜고 돌아가며 자기 집 닭서리해서 먹던 일도...부모님들도 그런 것을 아셨기에 이상한 소리 나면 '적당히 잡아가라' 하시던 시절......이제는 아련한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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